진왕 이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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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 화

유선생

같이 하십시다

유선생. 저... 이건 유명한 축국이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건 공이 아닙니다

사람 머리입니다

사람 머리요?

누구 머리요?

큰 공자님의 머리입니다

내 머리는 멀쩡하게 목에 있소

하지만 제가 보기에

곧 떨어질 것입니다

유선생. 그건 분명히
날 저주하고 있는거요

큰 공자님을 저주하는 게 아닙니다

전 이미 황상의
칼 그림자를 보았으니까요

증거가 있소?

연회가 바로 증거입니다

연회?

문무백관이 돌아가며
국공대인을 초대하고 있어요

그건 뚜렷한 황상의 계략입니다

연회조차도 계략이라고 한다면

실례지만 유선생

그게 대체 무슨 계책이란 말이오?

발본색원의 계책이오

발본색원의 계책이라

이가군은 성 밖에 주둔하고 있고

당신들 부자는 경성에서
주색에 빠져있는 사이

자기의 군대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큰 공자님께서는 아직도
그 속뜻을 모르시는 건 아니겠지요?

그럼 그 속뜻이 무엇이오?

그날 위정이 와서 혼인을
하사했다는 말을 했을 때

이건 황상의 음모라고
오래전에 말씀드렸습니다

당신들은 믿지 않았지요

지금 사실이 눈 앞에 펼쳐졌습니다

혼인은 가짜고

큰 공자님들과 이가군을
떨어뜨려놓는 것이야말로 진짜입니다

유문정. 너무 살벌한 말이구려

부마자리에 속아넘어가다니

정말 실망입니다

됐소. 난 공놀이를 해야하오

같이 있어주지 못하겠소

큰 공자님

곧 머리가 달아날텐데
그런 놀이를 하다니요

유문정

너무 무엄하구려

차세요

차시라구요

최후의 시간을 맘껏 누리십시오

공을 가져와

큰 공자님. 공입니다

-이게 무슨 공이야?
-대내에서 보낸겁니다

황제께서 어화원의 호랑이를 죽여서

특별히 큰 공자님께
만들어주신 공입니다

황상?

황상께서는 정말 대단하시군요

유문정

그 호랑이는 황상께서
가장 아끼시는 호랑이라고 들었소

날 위해서 그 호랑이를 죽이시다니

큰 공자님

유문정

같이 공이나 찹시다

전 놀수 없습니다

전 눈이 멀었어요

눈이 멀었다구?

그렇습니다. 큰 공자님을 잘못 봤으니

눈이 먼게 아니고 뭡니까?

유문정

넌 눈이 멀었어

이건성을 너무 무시하고 있어

장정 네 사람이

어린 계집 하나조차 잡지 못하다니

정말 능력이 대단하구나

대인께 아룁니다

원래는 곧 잡으려고 하는 찰나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자가
나타났습니다

누구냐?

이세민이요

-이세민?
-예. 바로 이세민입니다

언제나 그 낭자를 따라다니며
우리들이 손을 쓰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세민이 그 계집을 알고 있더냐?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호전
-예

몇 사람을 더 보내서

생사를 막론하고

이 가(家)가 먼저 그녀를
찾지 못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어떻게 당신이?

-사촌 누이
-왜 여기 있는거에요?

그럼 당신은 사탕 과자는 안팔고
설탕물을 파는거요?

전 새로온 하녀에요

잠깐...

사촌 누이라니?

이 낭자는 누구요?

전...

거리에서 사탕 과자를 파는 사람인데

색마 몇 사람이 그녀를 보더니

예쁘게 생겼잖아요

그래서 희롱하려고 하다가

결국 나한테 얻어 맞고 도망갔소

사탕 과자를 판다구요?

어떻게 우리 집에 와서
하녀를 하고 있는거요?

부인께서 외톨이인 절 보시고

거두어주셨어요

부인이라니?

난 아직 혼인도 안 했는데
부인이 어딨소?

그걸 말할 필요 있소?

연지 사촌 누이지

그녀 말은 듣지 마시오

-낭자의 이름은 뭐요?
-수분이에요

얼마나 어울려요?

한 명은 연지, 한 명은 수분

수분. 임무를 하나 주겠소

여기 머무르면서 그를 잘 감시하시오

-감시하라구요?
-그렇소

오늘 밤 사기의 독후감을 쓰라고 했소

잘 지키고 있다가

다 쓰면 돌려보내주시오

걱정말아요

반드시 잘 감시해드릴게요

이세민. 잘 들으시오

당신 어머니가 내게 편지를 쓰셨소

공부 열심히 하지 않으면

가법으로 처벌할 것이오

그걸 진짜로 믿어요?

한번 시험해 볼까?

됐어요

정말 재수 옴 붙었군

화를 자초하다니

도망도 못 치게 생겼어

정말 이세민이에요?

왜 그렇게 놀라요?
내 이름이 아주 이상하오?

무슨 소리 못 들었소?

저게 무슨 소린데요?

곧 알게 될거요. 갑시다

어딜 가요?

보세요

저기로 갑시다

좋아

저기 가봐요

자. 저기로 갑시다

보시오

보세요

기다리시오

비켜주세요

은자를 줄테니
글 한편만 써줄 수 있소?

무슨 글인데요?

사기 항우 본기의 독후감이요

쓸 수 있소?

물론이죠...

좋소. 장이 끝나면 가지러 오겠소

알았습니다...

어떻소? 이제 내 능력을 아시겠지?

이건 능력이 아니라

속임수에요

알았소. 장이나 보러 갑시다

비켜주세요

보시오

저기로 가봐요

갑시다

저 붉은 색을 봐요. 아주 예뻐요

내가 가서 갖다 줄까요?

서둘러...

수분

풀어줘

수분

어서 해...

서라

어서 서라

-서라
-서라. 쫓아

비켜

-서라
-비켜

이리 와

풀어 줘

가자

-차에 타. 어서
-서둘러...

-빨리 해...
-들어가

서둘러...

-괜찮소?
-괜찮아요

유선생

나가려는 건가?

작별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작별 인사?

왜? 떠나려고 그러는건가?

이제 더이상
절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농담은 무슨

지금 우리는 자네같은
인재가 필요하다네

저는 오직 한 가지 능력밖에 없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 말입니다

유선생

그같은 인재가 필요하십니까?

큰 공자님은 오로지
부마가 될 생각뿐이고

국공은 매일 문무백관과
축하주를 마시기에 바쁩니다

다른 인재가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유선생. 나 이연은 절대 부귀영화를
탐내는 사람이 아닐세

하지만 선황께서는
내게 은혜를 베풀어 주셨어

절대 불충한 일은 저지를 수 없네

뜻이 다르면 가는 길도 다릅니다

국공께서 충신이 되시겠다면

저도 할 말이 없습니다

가보겠습니다

유선생...

피를 많이 흘렸어요. 많이 아파요?

안 아파요. 하나도 안 아파

나는 피가 많아요

마치 모기한테 물린 것 같소

어떻소? 다 썼소?

막 다 썼어요

훑어 보시오

수분

이걸 그가 쓴 것 맞소?

여기는 다른 사람도 없으니까

물론 그가 쓴 거죠

조금도 창의적인 말이 없어

노선생이 쓴 거 잖소

젊은이의 패기가 하나도 없소

아니오

그건 내가 나이는 어리지만
경험은 풍부하다는 뜻이오

고생하셨소. 오늘은
여기서 끝내도 괜찮겠군

일찍 돌아가서 쉬시오

-고맙소. 선생
-됐소. 돌아가시오

참. 춘제(봄 제사)에 장이 서는데

한 번 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소

장은 벌써 끝났소

잠깐

어떻게 알았소?

추측한거요

온 몸이 흙투성이네

옷도 다 찢어지고

여기서 공부하는데 이 꼴이 돼다니

정말 쉽지 않은 일이오

선생은 정말 천하제일귀요

그리고 당신

그와 맞장구쳐서 함께 날 속이다니

죽을 죄를 지었어요

됐소. 가보시오

당신을 받아줄 수 없소

수분. 상관없소. 우리 집에서 하시오

걱정말아요. 날 쫓아내지 못해요

저 사람은 사나워서
나조차도 조금 두려운데

그래도 여기 머무르겠다구?

그럼 나랑 내기할래요?

합시다

괜찮아요?

괜찮소

장난친거요. 사실 하나도 안 아파요

비켜라

롱아

오라버니

어서...

소리내지 마

롱아

세명의 사신이 한밤중에
출궁하는 걸 봤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거냐?

황상께서 요도에 있는 삼로병은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리셨어요

큰일이야...

이연을 포위하려는거야

황상께서 어째서 이랬다
저랬다 하시는거지?

공주님께서 궁을 나가셔서

황상께서 이 가(家)에
변명할 수 없게 됐으니

전쟁을 일으킬 수 밖에요

이연은 오로지 황상과 사돈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어

황상께서 자기를 죽이려고 하실 줄
결코 생각 못할거야

안돼겠다

롱아. 여기서 기다리고 있거라

난 이연을 찾으러 가겠다

알았어요

황상

소신은 오래전부터 궁 안에 비밀을
누설하는 자가 있다고 의심했는데

이제 자리에서 붙잡았습니다

여기서 뭣들 하고 있었지?

황상

소신은 급한일로 황상을
알현하려고 했사온데

그게... 롱아 낭자에게
저지당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황상. 롱아는 황상께서
이미 쉬고 계시는 줄 알고

장손 대인이 황상을
알현하지 못하게 막았사옵니다

황상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으려고요

이런 한밤중에

무슨 일인가?

황상

소신에게 공주님에
관한 소식이 있습니다

공주는 어딨느냐?

황상

공주님은

개봉부로 가셨습니다

완전한 거짓말이오

공주님은 동도에 있소

실례지만 대인

대인도 아마 그냥 입에서
나오는대로 하는 말일테지요

-난...
-우문 화급

공주가 동도에 있는 걸
어떻게 아느냐?

왜냐하면...

소신은 밀서를 받았습니다

동도의 거리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공주가 동도 거리에서 나타났다면서

어째서 공주를 데리고 오지 않은건가?

이세민이 빼앗아갔습니다

이세민?

이세민이 공주를 빼앗아갔다구?

황상

우문 대인의 말은 틀립니다

생각해보십시오

공주님께서는 장차
이세민의 형수님이 되십니다

이 가(家)에 공주님에
관한 소식이 있다면

즉시 황상께 보고를 했을 것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그래. 하지만 이 가(家)는
소식을 보내오지 않았어

황상

어쩌면 우문대인께서 너무 늙으셨고
눈도 침침해 지셔서

사람을 잘못봤는지도 모르옵니다

장손 무기

지금 황상께서는 당신의 문제를
조사하고 계시오

화제를 바꾸지 마시오

됐다

-무기
-황상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황상

소신도 감히 확신할 수 없어서

그녀가 대체 공주가 맞는지

개봉부로 직접 가서
확인해 보게 해달라고

황상께 주청드릴 생각이었습니다

황상

절대 장손 무기를
출궁시켜서는 안됩니다

우문대인

대인은 공주님이 일찌감치 궁에
돌아오시길 바라지 않는 거요?

황상

황상께서 병사를 이동시키는
명령을 내리는 생각을 하셨을 때

롱아는 어서방에 있지 않았습니까?

맞아. 그래서?

롱아가 소식을
장손 무기에게 전해줬다면

모든 일은 드러나고 말 겁니다

롱아

황상. 롱아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억울합니다

황상

일만은 두렵지 않사오나
만일이 두렵습니다

장손 무기가 그 소식을
이연에게 알려준다면

이가군은 즉시 성으로
공격해 올 것입니다

우문 화급. 당치 않는 말로
날 모함하지 마시오

닥쳐라

명령을 내려라

삼로 대군이 동도에 들어와
주둔하기 전에

그 누구도 출궁하지 못한다

위반하는 자는 참수하라

황상... 공주님은...

개봉부윤에게는 비밀리에
공주를 찾으라고 해라

소식을 누설해서는 안 돼

황상

롱아는 어떻게 처벌하시겠습니까?

어선방으로 끌고가라

연지. 문을 닫으시오

수분을 쫓아내려구요?

그렇소

거짓말을 했는데
날더러 어떡하라는거요?

관리가 된지 삼일밖에 안 됐는데
벌써 관리티를 내겠다는 말이죠?

무슨 소리요?

수분 낭자가 무슨 일을
하는 지 알기나 해요?

사탕 과자를 팔고 있다구요

가난하게 살아온 사람을
쫓아내겠다구요?

왜 안 되오?

내가 부른 것도 아니잖소

동도에 들어오기 전에

당신은 뭐하는 사람이었어요?

가난하고 꾀죄죄한 사람이었으면서

당신은 말이에요. 사탕 과자를
파는 사람하고 똑같았다구요

근본을 잊으면 안 돼요

난 가난하오

지금 관리를 하고 있어도 가난하오

내가 받는 봉록으로는
세를 주기도 부족하오

그러니까 가난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와죠

그런데 오히려 도와주지는
못하고 쫓아내기다 하다니

하지만 어째서 이세민과
함께 날 속였단 말이오?

그게 얼마나 화나는 일인데

수분의 사촌 오라버니잖아요

사촌 누이가
사촌 오라버니를 도왔으니

정상을 참작해 줘야한다구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직이요

그녀는 사탕 과자를
파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소

역시 하루빨리 보내는 게 나아요

사촌 오빠도 수분은
사탕 과자를 판다고 했어요

그게 가짜란 말이에요?

관리가 되가지고 그렇게
백성들을 괴롭히지 말아요

내 눈은 아주 정확하오

그녀의 언행은 아주 예의바르고

또한 일거수 일투족은
아주 예사롭지 않소

절대 보통 사람이 아니란 말이오

사람을 보는 건 내가
당신보다 더 전문가에요

하루종일 배를 몰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보는데요

내가 보기에 수분 낭자는 말이죠

똑똑하고 영리하고

또 선량해요

성격도 좋고

말도 잘 듣는다구요

거기다가

아주 큰 장점이 하나 있어요

장점이라니?

월급이 필요없대요

당신 머리는 그저 돈뿐이지

사람이 정직해야
돈을 탐내지 않는거잖아요

그런 하녀를 어디가서 찾아요?

게다가 당신 봉록도
얼마 되지도 않아서

하녀를 부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어요?

나 혼자뿐인데 하녀가 무슨 필요 있소?

혼자라구요? 난 사람 아니에요?

당신도 좌우지관 관리 나으리잖아요

관리 나으리가 시중들
하녀도 없다면 얼마나 창피해요?

수분은 제가 남게 할거에요

이 집의 주인은 대체 누구요?

여긴 당신 관저니까
당연히 당신이 주인이죠

수분. 어르신이 남아도
된다고 하셨으니까 가지 마

그러고도 내가 주인이라구?

피곤하다는 것 알아요

세숫물을 떠다주고
간식을 만들어올테니까

씻으면서 드시면 돼요

돌봐주셔서 고맙습니다. 낭자

피곤하군. 배를 저을때보다 더 피곤해

마음을 좀 덜쓰게 해줬으면 좋을텐데

당신 말하고 있는 모습이
약간 어머니와 닮은 것 같소

내가 만약 당신 어머니라면요

당신이 이렇게 가난한 사람을
괴롭히는걸 보고

진작에 엉덩이를 때려줬을거에요

어머니

살펴 가세요

아버지,어머니는 주무셔?

부인께서는 아직 안 주무시고
기다리고 계세요

계속 자...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남을 이용하는 사람은

남도 역시 그를 이용한다

이렇게 늦게 돌아오는구나

어머니. 왜 아직 안 주무셨어요?

널 기다렸지

위선생께서 원래는 일찍
돌려보내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제가...

책을 보자마자

아주 목이 마른 사람처럼
느껴지더라구요

물을 본 것처럼

책에 홀딱 빠져버렸지 뭐에요

위선생이 절 쫓아버리지
않았다면 안 왔을거에요

그래

그럼 오늘 무엇을 배웠느냐?

사기의 항우본기요

난세의 필독작품이지

위정은 확실이 안목이 뛰어나

위정이 글을 쓰라고 하더냐?

썼습니다

거침없이 척척 써내려갔습니다

그럼 위선생은 네 글을
어떻게 평가했느냐?

위선생은

제 글을 보자마자

탁자를 치고 일어나
연신 훌륭하다고 하셨어요

또한 이렇게 좋은 글은
처음봤다고 했어요

제가 반고, 양웅의 후손이라고
하던데요

그건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야

진짜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맞아요

어머니. 맞는 말씀이세요

전... 가서 공부할게요

너무 늦었어

가서 씻고 자거라

어쩔 수 없죠. 이제는
책을 보지 않으면 잠이 안 와요

됐어요. 어머니. 안녕히 주무세요

얘도 참

두복위

두건덕

세민아. 돌아왔구나

약 있어요?

왜 그래?

왜 이런거야? 또 누구하고 싸웠어?

아니에요. 거리에
건달들이 몇 명 있어서

너 말이야

버리면 안 돼요

너 말이야. 말썽 좀 작작부려

부모님께 끼친 걱정이 적어서 이래?

대형은 어떻게 위정하고 똑같아요?

무슨 소리야?

형하고 똑같이 방에서 종이에다가
왕세충, 두복위, 두건덕

그리고 이밀을 써 놨던데요

위정도 가만히 있지 않을 줄이야

건성아

어머니

난 여기 없어요

어머니

이렇게 늦었는데 아직 안 주무셨어요?

방에 아직 불이 켜져있는 걸 보고

보러 온 거란다

왜 아직 안 잤느냐?

책을 보고 있었어요

내일 육부상서에서 정오부터
밤 늦게까지 연회가 쫙 짜여졌으니

어서 빨리 쉬도록 해라

이제는 먹는 게 두려워요

생선이나 고기만 봐도

토하고 싶다니까요

네 아버지도 그리 말씀하셨다

하지만 상대방의 호의를
거절하면 실례잖니

좀 참도록 해라

어머니

어서 쉬세요

너도 일찍 쉬어라

수분은 뭐하는 사람이야?

사탕 과자 팔아요

너 말이야

그런 종류의 사람들과 그만 어울려

네 신분으로 공주님과 혼인해야지

왜 그래?

유일한 공주님을 형이 가져갔으면서
나보고 어쩌라는거에요?

농담이야

하지만 내가 보기에

공주님은 수분처럼
귀엽지 않을거에요

이거 알아요?

나하고 같이 위정을
속이기까지 했어요

얼마나 재밌던지

얼마나 귀여운데 그래?

피부는 하얗고 부드럽고

눈은 둥그렇고 밝아요

공주님보다 훨씬 예쁘다구요

그렇게 단정지으면 안돼지

넌 공주님을 만나본적도 없잖아

공주님보다 더 예쁜지 어떻게 알아?

아무튼 선녀도
그녀만큼 예쁘지 않아요

대형. 중매 좀 서주세요

중매?

너 말이야

알게 된지 얼마 안 됐으면서

벌써 마누라로
들여앉힐 생각이란 말이야?

한번만 보면 그걸로 족해요

이 평생 난 오직
그녀만을 아내로 맞을거에요

당당한 당국공의 둘째 공자님께서

사탕 과자를 파는 여인이랑
혼인하다니

아버지, 어머니가 아시면

네 가죽을 벗기지 않는게 이상할거다

콩국은 여기저기 다 파는데

왜 스스로 갈고 있어요?

틀려

거리의 콩국은

콩국 한 근에 물이 열 근이나 들었어

위선생은 밤샘을 하고

아침에 조정에 나가야 돼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콩국을
마시게 해주고 싶단 말야

이렇게 위선생을 뒷바라지 해주는데
위선생도 당신한테 잘 해주나요?

나한테 잘 해주냐구?

우리 둘이 처음 만났을 때
배가 가라앉았어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라
경성에 올 수밖에

결국 하마터면 살해당할 뻔 하고

그는 그야말로 재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런데도 그를 따르는 거에요?

어쩔 수 없잖아

저번 생애에 빚을 졌나봐

저번 생애에 빚을 져요?

그래

그를 처음 봤을 때

갑자기 어떤 느낌이 들었어

마음속에서 목소리가 내게

그를 따라라

그를 따라가 라고 말했어

그러더니 내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거야

그래서 그를 따라간건지 뭐

그런 느낌이 들었던 적 없어?

어떤 느낌이요?

바로 저번 생애에 봤던 것 같고

이번 생애에는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그...

그런 느낌

난... 모르겠어요

인연이 아직 닿지 않았기 때문이야

걱정말아

언니가 찾아줄게

뭘 찾아요?

느낌말이야

사탕 과자를 파는 것보다는 좋을거야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 지 말해봐

공부하는 사람, 아니면
무공을 연마하는 사람?

만약 언니 사촌 오빠 같은
사람이라면요?

내 사촌 오빠?

이세민 말이야?

꿈 꾸지 말아 줄래?

자기 분수도 모르구

내가 분수를 모른다구요?

물론이지

내 사촌 오빠가 누군지 알아?

당국공의 아드님이야

당당한 이 가(家)의
둘째 공자님이라구

하지만 공자님같은 티가
하나도 안나요

그건 그래

사촌 오빠는 꽤 재미있는 사람이야

그 위정보다 훨씬 훌륭해

그는 어떤 사람인지 말해보세요

아주 무미건조해

얼굴에 웃음기라고는 하나도 없어

자기한테 은자를 몇 백만 빚진
사람처럼 남을 대한다니까

놀지도 못하고 뛰지도 못하고

무공도 전혀 못하구

대체 누굴 말하는거에요?

위정. 그 샌님 말이야

누가 그 사람 말이랬어요?
내가 말한 사람은 이세민이에요

이세민 말이군

사내 대장부지

맨 처음 그를 봤을 때

그 나쁜 놈, 우문성도에게
쫓기고 있었는데

결국 날 구하기 위해서

자기 생명은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칼을 버리고

날 구하러 왔어

대단하지?

아직도 생각해?

난...

콩 넣어줄게요

왜 울고 그래?

눈깜짝할 사이에 아름다운 얼굴이

어째서 지저분하게 되버렸을까?

황상 앞에서
내가 부탁을 좀 드려볼까?

네가 다시 황상을
다시 모실 수 있도록 말이야

우문 대인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물론 나도 널 그냥
배려해주는 게 아니야

장손 무기가 네게 무슨 말을 했는지

사실대로 말을 해

그러면 황상 옆으로 갈 수 있어

그분은...

황상을 만나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래?

잘 생각해 봐

궁안에 잘못을 저지른 궁녀가
얼마나 많이

황상께 끌려나가 죽었는지 말이야

네 목숨을 부지하고 싶거든

사실대로 말하는 게 좋을거야

대인

제가 한 말은 모두 사실입니다

대인을 속이지 않았어요

거짓말

공주님은 절대 개봉에 있지 않아

장손 무기도 그것때문에
황상을 찾으러 온게 아니잖아?

물론 넌 젊기 때문에
쉽게 속을 수 있어

난 널 탓하지 않는다

대인. 롱아의 말은 모두 사실입니다

대인을 속이지 않았어요

어선방에서 계속 있고 싶은 모양이군

롱아

우문 대인의 분부시다

밖에 나가서 장작을 패

모든 장작을 다 패야지
밥을 먹을 수 있다

롱아

미안하구나

내가 널 해쳤어

-싫어요
-움직이지 마

움직이지 마

됐어

얼마나 예쁜지 좀 봐

문지르지 말라니까

그 연지를 사려고 얼마나 썼는지 알아?

닷푼이라구. 움직이지 마

그런데 왜 언니는 안 발라요?

난 위선생이 있잖아

화장을 하든 안하든
나한테는 상관없어

하지만 넌 달라

널 아름답게 치장해야
높은 가격에 팔수 있거든

날 팔려구요?

파는게 아니라

데리고 돌아다닐거야

가자

연지

위선생은 집에서 바쁘신데

우리는 놀러 나온다는 게
그다지 좋지는 않아보여요

우리가 놀러나왔다고 누가 그래?

우리는 일하러 나왔어

일 하러요?

무슨 일인데요?

난 힘이 없는데

힘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

손 재주로 하는 일이야

손 재주로요?

난 못해요... 사탕 과자 파는 것 말고
난 아무것도 못해요

잘 봐. 앞에 뚱보가 있어. 보여?

조금 있다가 그와 부딪쳐

부딪쳐요?

부딪치자마자 그대로 쓰러져
쓰러지면 소리 지르면서 소란을 피워

무슨 뜻이에요?

소란을 피워야 내가
손을 쓸 기회가 생기지

돈을 훔치려구요?

훔치다니요?

가난한 사람 걸 훔치는 게 훔치는거고

돈 많은 사람 걸 훔치는 건
슬쩍하는거야

똑같은 거 아녜요?

그거야 다르지

저 뚱보를 잘 봐

포동포동 살이진 것이

백성의 고혈을 얼마나
많이 짜냈는지 몰라

저 사람 돈을 슬쩍하는 건 저 사람을
도와 착한 일을 하는 거라구

알겠어?

어서 가요

가난한 사람은 뚱보가 없나요?

-어서...
-밀지 말아요. 난 안 가요

수분아. 날 열받아
죽게 하려는 거지?

연지. 뚱보든지, 말라깽이든지
남의 돈을 훔치는 건 잘못이에요

좋아...

넌 고결하고 착한 사람이야

위선생께서 닭죽을 먹고 싶다니까

닭이나 사러 가

돈 없어요

돈이 없다니

우리 저녁밥은 나올 구멍이 없느니까

네가 가서 만들어와

난 하녀고 언니는 부인이니까
언니가 내야죠

부인이라니?

돈이 없는 부인이지

위선생은 봉록을 받지 않나요?

겨우 그까짓 봉록?

육품 관리가 얼마나 벌 수 있겠어?

그 방세도 말이야

보증금으로 반을 쓰고

관복 두벌 사고

가구 사니까 없어졌어

없어졌다구요?

그래

생활 필수품 살돈도 한푼 없다구

이제 배 쫄쫄 골게 생겼어

그럼 어서 빨리 위선생한테 말하세요

그건 안 돼

그런 보잘 것없는 일로

어떻게 위선생을 곤란하게 할 수있어?

그는 큰 일을 해야돼

연지

위선생은 새제갈이셔

그는 태어나자마자 사명을 부여받았어

국가를 안정시키는일 말이야

그러니까 난 그를 잘 뒷바라지 해야돼

좋아요. 우리 훔쳐요

훔치는 게 아니라 슬쩍하는 거라니까

저 여자 봤어?

잊지마. 가서 부딪치고

부딪치면 넘어져.
넘어지고 나서 소리질러

소리지르고 나서 소란을 피워

어서

잘 봐요

어떻게 된거야?

소리지르지도 소란피우지도 않았잖아

날더러 어떻게 손을 쓰라는 거야?

금 팔찌?

벌써 훔쳤구나

훔친게 아니라 슬쩍한거에요

정말 대단해

정말이지. 곧 잡을 수 있는데 말이야

가자

대인의 명이다

암살 행동은 잠시 취소해

-세민아
-세민아

아버지. 어머니

어서 옷을 갈아입고 날 따라라

어딜 가는데요? 위선생한테
공부 배우러 가야 돼요

육부상서에서 연회를 베풀었어

나와 같이 가자

그들이 부른 사람은 부마인데
제가 뭐하러 가요?

네 대형은 아침 일찍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네가 잠시 대신하거라

아니오... 전 고관하고
밥 먹는게 제일 두려워요

차라리 유선생하고
같이 가도록 하세요

유문정?

벌써 떠났다

떠나요? 어딜 갔는데요?

이제 안 한단다

아버지. 유선생은 갈 수 없어요

사람마다 뜻이 다르니 가게 내버려둬

어머니. 유선생은
인재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어떻게 가게 내버려두신거에요?

나도 사전에 모르던 일이었어

어젯밤에 네 아버지께
밤새도록 잔소리를 했단다

문인 한 사람이
무슨 그리 쓸모가 있다구

만약 무인이었다면

붙잡았을거야

안됩니다

유선생을 쫓아가겠습니다

세민아

돌아와

저 아이를 좀 보시오

가게 해주세요

어쩌면 유선생을 설득해서
돌아올지도 몰라요

당신 말이오

세민 뜻대로 하시구려

둘째 공자님

-유선생 봤어?
-어제 떠나셨습니다

왜 안 잡은거야?

-둘째 공자님
-됐어. 말하지 마

사람을 더 풀어서 유선생을 찾아와

예. 여봐라

여깄습니다

너희들 잘 들어. 술집이든지,
찻집이든지, 아니면 객잔이든지

하나하나 샅샅이 뒤져서

반드시 유선생을 찾아와. 알았어?

-알겠습니다
-가자... 서둘러...

둘째 공자님. 잠깐만요

유선생. 안 갔군요

여기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가(家)에서 누가
날 쫓아오는 지 보고 싶었습니다

그 표정을 보니까 바라던 사람이
내가 아니라는 걸 알겠군요

-둘째 공자님
-됐어요. 그만해요

돌아왔으니 됐어요.
술이나 마시러 갑시다

넌 정말 고수야

난 정말 보는 눈도 없지

내가 고수라구요?

물론이지

훔치는 솜씨가 너무 빨라서 난 제대로
보지도 못했는데 훔쳐냈다구

정말 고수중의 고수야

걱정말아요

앞으로 그런 일은 내게 맡겨요

위선생은 매일 닭죽을
먹을 수 있을거에요

정말 다행이야

그가 큰 관리가 되서
이득을 좀 많이 남기면

너한테 돈을 좀 주라고 할게

-좋아요
-다 왔다. 자

조금 있다가 내 솜씨를 맛봐야 돼

알았어요

손님이 있네요

잘됐어요. 생선도 고기도 있으니까
한턱 낼 수 있어요

연지야. 이 분은 이건성 공자님이시오

큰 사촌 오빠군요

큰... 큰 사촌 오빠?

그래요. 이세민은 내 사촌 오빠이고
당신은 그 사람 대형이니까

큰 사촌 오빠 맞잖아요

큰 사촌 오빠. 사양하지 말고
안으로 드세요

큰 공자님

이 분이 바로 공자님이
찾으시는 수분 낭자입니다

수분은 무슨 일로 찾으세요?

수분 낭자

사적으로 좀 말할 일이 있소

절 무슨 일로 찾으시는데요?

수분 낭자

괜찮소

큰 공자님께서 아마 낭자하고
그냥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모양이오

두려워하지 마시오

이세민이 공부하는 일에 대해
물으려는 게 분명해

수분. 사촌 오빠를 위해서
좋게 말해줘야 돼

어서 들어가시오

기다리고 계시오

자... 내가 들겠소

이 닭은 당신이 산거요? 얼마요?

당신이 이건성

미래의 부마인가요?

낭자는 뭘 아는 사람 같구려

그렇다면 나도
빙빙 돌려 말하지 않겠소

값을 부르시오

값을 불러요?

무슨 값을 불러요?

낭자는 내가
미래의 부마라는 걸 알거요

이세민은 내 동생이오

동생은 비록 황제의 친척과
인척 관계를 맺을 수는 없지만

당신 같은 사람에게 우리 이 가(家)의
가풍을 망칠 수는 없는 노릇 아니오?

무슨 소리에요?

제가 이 가(家)의 가풍을 망친다구요?

이건성. 말을 똑바로 해보세요

나의 어떤 점이 이 가(家)에
어울리지 않는다는거에요?

말해봐요